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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채만식의 '미스터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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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1902–1950)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초기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현실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작품을 주로 집필했다. 그의 작품은 시대의 부조리와 모순을 예리하게 묘사하며, 사회와 인간의 다양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특징이 있다.

1. 채만식의 생애

  • 1902년 평안남도 옹진 출생.
  •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수학했으나 중퇴.
  •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언론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문단에 데뷔.
  • 일제강점기의 모순된 사회 구조와 인간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들을 발표.
  • 해방 후 혼란한 정치적 상황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창작 활동을 이어갔으나, 1950년 한국전쟁 중 사망.

 

2. 소설 <미스터 방> (1938)

  • 작품 개요: <미스터 방>은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부조리한 사회와 근대화 과정을 풍자적으로 그린 장편 소설이다. 특히, 시대의 혼란 속에서 도태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를 비판한다. 

 

  이 작품은 신분에 대한 열등감과 가난의 한을 지닌 주인공 방삼복이 엉터리 통역관이 되어 벌이는 몰지각한 행동들을 보여 주고 있다. 일제 말기, 경찰서의 순사로 있으면서 남을 억압하여 치부한 백 주사의 아들과 그 집안의 이야기는 비리로 얼룩진 당시 정치, 사회의 모습을 암시해 준다. 이 작품을 통해 해방 후 혼란한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기회주의적이고 간사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고 이러한 현실을 재치 있게 그려 나가고 있는 풍자적 기법에 대해서도 주목해 보자. 

 

채만식의 '미스터 방'

 

 

  • 주요 줄거리 : 자신감과 의기가 자못 하늘을 찌를 듯한 주인 방상복과 그의 말에 연신 맞장구를 치고 있는 손님 백 주사가 맥주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백 주사는 열한 살이나 연상이며 문벌이나 지체로도 한참 위인 자기를 동무 대하듯 하는 방삼속이 속으로 여간 괘씸한 게 아니다. 방상복은 아전의 손자요, 짚신 장수의 아들로 머슴에다 판무식이 아니었던가. 백 주사는 나이 삽십에 돈을 벌겠다며 일본, 상해, 상해 등지의 외국으로 십여 년을 떠돌아다니다가 돌아와서도 빈둥거리더니 상경해서는 연합군 포로 수용소에 다니면서 입에 풀칠을 하고 마침내는 종로에서 신기료 장수를 하던 녀석이, 어째 이리도 팔자가 폈을까 하고 신기하게 생각한다.


    8.15 해방 이후에도 기뻐하기는커녕 자신에게 돌아오는 해방의 혜택이 없자 오히려 독립을 탓하던 신기료 장수 방삼복은 거리에 그득해진 미군들이 말이 안 통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는 통역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옷, 이불, 구두 수전 연장 일습 등을 맡기고 빌린 돈으로 양복으로 잘 치장하고 거리로 나서 대상을 물색하던 중, 말이 통하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는 어느 미군 소위가 담배 사는것을 도와주고 그 자리에서 주급 이백사십 원 가량의 통역으로 채용되어 미스터 방으로 승차한다. 그 날부터 미스터 방은  소위를 거리 구경으로, 술집으로 인도하며 다녔다. 소위에게 조선을 소개한 공로로 한층 훌륭해진 미스터 방은 해방 이전 은행 중역의 사택이던 지금 이 집으로 이사도 왔다. 한편 백 주사의 아들은 일제 시대에 순사로 있으면서 온갖 비리를 저질러, 해방이 되던 날 밤 집을 습격한 군중들에게 팔이 부러질 정도로 두들겨맞고 본집으로 도망해 왔다. 그러나 본집인 악덕 고리 대금업자로 소문난 백 주사네도 무사하지 못했다.


    그래서 서울로 피신 와 여관 밥을 먹고 있는 백 주사는 오늘 우연히 미스터 방을 만난 것이다. 백 주사는 속으로, 큰 세도를 부림에 틀림없는 방삼복에게 부탁하면 잃은 재산을 찾을 수 있으리란 계산을 한다. 백 주사는 '미씨다 방'에게 재산을 찾아 줄 것과 재물을 훔쳐간 놈들을 혼내 줄 것을 부탁하고, 그러면 재산의 반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당장이라도 자기 말 한 마디면 엠피들이 득달같이 내려가 혼을 내 줄 것라고 장담하면서 미스터 방은 물을 머금어 입을 양치한다. 노대로 간 미스터 방이 입에 머금은 물을 일층을 향해서 뱉는 순간, 물은 마침 미스터 방을 찾아 온 소위 얼굴에 뿌려진다. 혼이 빠져 달려나간 방은 소위가 내뻗은 어퍼컷을 한 대 맞는다. 

 

  • 주인공 방씨(미스터 방):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구세대 인물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식민지 사회의 근대적 가치와 전통적 가치의 충돌 속에서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방씨는 식민지 체제 하의 부조리한 사회 구조와 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능하고 어리석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 주제와 특징:
    1. 풍자와 희화화: 방씨의 어리숙한 행동과 몰락 과정을 통해 당대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
    2. 사회 비판: 식민지 조선의 경제적·사회적 혼란과 이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도덕적 타락을 비판.
    3. 근대화와 전통의 갈등: 근대화의 흐름 속에서 전통적 가치관이 도태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

  • 의의:
    <미스터 방>은 채만식의 대표적인 풍자 소설로, 일제강점기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며 웃음 속에서 시대의 비극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방씨라는 캐릭터는 당대의 보편적인 인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도태된 전통적 인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채만식은 이 작품 외에도 <치숙>, <태평천하>, <레디메이드 인생> 등을 통해 일제강점기와 해방기의 사회적 모순을 신랄하게 풍자하며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3. 미스터 방의 주제 의식과 그 한계

일제 강점기 경찰서 경제계 주임이었던 친일파 백 주사의 아들과 백 주사는 해방이 되면서 군중의 습격을 받아 겨우 목숨만 건져 피신해 있으면서도 미군 장교의 통역관인 방상복의 권력을 등에 업고 빼앗긴 재물을 되찾고 마을 사람들에게 당한 분풀이를 하기 위해 온갖 계략을 꾸미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반민족 행위에 대한 반성은커녕 권력에 빌붙어 이기적 탐욕을 채우려는 데만 급급한 친일파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잘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통역관으로서의 자신의 권세를 과시하기 위해 백 주사의 청을 받아들인 방삼복이 양치질한 물을 미군 장교의 얼궁에 뱉어 버리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게 된다는 회화적 결말에 와서는 친일 잔재의 청산이라는 주제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작중 인물의 어이없는 우연한 실수를 부각시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웃음을 유발하게 하지만, 이 때문에 모순된 현실에 대한 비판과 개선이라는 주제 의식과 풍자의 사회적 기능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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