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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채만식의 '치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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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의 단편소설 「치숙」은 1938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 한국 사회의 모순과 식민지 지식인의 갈등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채만식 특유의 유머와 풍자가 돋보이며, 당시 시대 상황과 인간 군상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1. 줄거리 요약

<치숙>은 ‘나(화자)’가 삼촌(치숙, 즉 "가르침을 받은 숙부")을 회상하며 진행된다. 삼촌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이며, 집안에서는 "유학파"로서의 기대를 받는다. 그러나 삼촌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성취를 이루지 못한 채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인다.

 

삼촌은 본인의 유학 경험을 내세우며 명분만을 중시하는 이상주의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 그런 삼촌을 바라보는 '나'는 삼촌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가며, 그의 위선적인 모습과 그가 상징하는 당시 식민지 지식인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나'는 일본에서 대학도 다녔고 나이가 서른셋이나 되어 가지고도 영 철이 들지 않은 아저씨가 딱하기만 하다. 아저씨는 착한 아주머니를 친정으로 보내고 신교육을 받은 여성과 살림을 차린다. 그런데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잡혀가 5년 만에 풀려난 아저씨는 감옥에서 악화된 폐병 때문에 목숨이 아주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다. 아주머니는 아저씨가 감옥에 가 있는 동안 식모살이를 하면서 어렵게 번 돈을 아저씨의 치료비로 아낌없이 쓰고 무려 3년 동안이나 아저씨의 병 간호에 지극한 정성을 쏟는다. 이러한 아주머니의 정성 때문에 아저씨의 병은 조금씩 차도를 보인다. 몸이 좀 낫자 아저씨는 다시 사회주의 운동을 하겠다고 나선다.

 

  '나'는 일본인 주인에게 잘 보여 밑천을 얻은 후, 장사를 해 부자가 돼서 일본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아저씨는 부자를 타도하는 운동인 사회주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남의 재산을 빼앗아 불한당질을 계속하겠다는 것을 보면 아저씨는 헛공부를 했음에 틀림없다. 친정살이하던 아주머니의 은공을 갚아야 할 것이 아니냐고 충고를 해도 막무가내이다.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나'를 보고 딱하다고 하니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2. 등장인물

  1. 삼촌(치숙): 유학파 지식인으로, 명분과 이상을 앞세우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으며, 현실적인 무능함과 위선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입니다. 당시 식민지 지식인의 타락과 무기력을 상징한다.
  2. ‘나’(화자): 삼촌을 관찰하고 그의 행동과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인물로, 독자의 관점을 대변한다.

3. 주제

  1. 식민지 지식인의 위선과 무능
    삼촌의 모습은 일제 강점기 한국 사회에서 유학파 지식인이 현실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 채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을 풍자한다.
  2. 가족 간의 갈등
    삼촌과 조카(‘나’) 사이의 갈등은 시대적 가치관의 충돌을 반영하며, 세대 간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보여준다.

  3. 사회적 모순과 인간의 나약함
    삼촌의 모습은 개인적인 나약함뿐 아니라, 식민지 시대의 억압된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비극적 인간상을징적으로 보여준다.

4. 문학적 특징

  1. 풍자와 유머
    채만식 특유의 익살스러운 문체와 풍자는 삼촌의 위선과 당시 사회의 모순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2. 현실주의적 묘사
    채만식은 식민지 시대 한국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3. 1인칭 관찰자 시점
    화자인 ‘나’를 통해 독자는 삼촌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5. 작품의 의의

「치숙」은 일제 강점기의 시대적 아픔 속에서 나타난 지식인의 무능과 사회적 모순을 풍자적으로 비판한 작품으로, 채만식의 대표적인 현실주의 문학의 한 축을 이룬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그 시대를 살아간 전체 민족의 비애와 지식인 계층의 자기 반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6. 식민지 인텔리의 방황과 생활상

「치숙」은 채만식의 다른 작품인 「레디메이드 인생」과 같이 식민지하에서의 우울과 불만 속에 방황하는 작가의 역사 의식이 투영된 작품이다.

 

또한 1인칭 시점으로, '나'가 작중 현실을 관찰하고 비판하는 「사랑손님과 어머니」와 동일한 구성적 기법을 보인다. 신선하고 예리하게 작중 현실을 관찰하고 비판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옥희와 같이 「치숙」의 '나'도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몰락한 아저씨의 생활을 관찰하여, 대학을 나오고도 사회의 그늘에서 지내야만 하는 일제 강점기의 시대  상황을 보여 준다.

 

그러나 「치숙」의 '나'는 아저씨의 그런 행적을 보고 그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삶의 지표를 추구하느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식민지 상황에 영합하려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다. 「레디메이드 인생」에서도 '어디 빈 자리가 있어야지'라는 K사장과 대학을 나오고도 직장이 없는 P를 대조하여 우울과 불안의 상황을 정확하게 그려 내고 있지만, 「치숙」은 채만식의 풍자 문학의 면모가 여실히 나타난 작품으로 식민지 치하에서의 인텔리의 방황상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유진오의 「김 강사와 T교수 」에서 보여 준 불안한 사회에서의 우유부단한 인텔리의 방황상과 같이, 「레디메이드 인생」이나 「치숙」에서도 불안한 인텔리의 허약한 생활상이 그려지고 있다.

 

한편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키,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걸리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 양반.......', '아저씨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돈 모아 부자 되는 경제 공부를 한 게 아니라 모아 둔 부자 사람네 돈 뺏어 쓰는 사회주의 공부를 했으니 말이지요......'라고 말하는 '나'라는 화자를 통한 작가의 실랄한 조소와 야유에서는 한때 풍미했던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이 엿보이기도 한다. 

 

7. <치숙>의 골계미

「치숙」에서는 사회주의 운도을 하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주인공의 좌절이 무지한 조카의 시선으로 묘사되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주인공인 아저씨를 신념의 인간으로 그리고, 서술자인 조카는 무지하고 세속적인 인물로 나타내어 각각 다른 인생관을 보여 줌으로써 그 가치의 차이가 골계적으로 드러나도록 꾸며 내고 있다.

 

이러한 기교는 두 인물의 신념의 차이가 가치관의 차이에서 불가피하게 요청된 것으로 보이며,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기교와 미적 가치의 합치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세속적 욕망의 충족 과정에서 이념형의 인간인 아저씨는 바보로 보일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다른 두 가치의 대비의 미를 발견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무지한 조카의 현명함과 유식한 아저씨의 어리석음이 대비를 이루며 또 다른 이면에서는 겉으로는 현명한 조카의 미숙성과 어리석음이 학식 있는 아저씨의 신념과 서로 어긋난 상태로 맞비추어지고 있다. 이는 긍정적 가치와  붖정적 가치가 서로 대칭을 이룬 것으로, 골계미는 이러한 이질적이고 대립적인 가치의 대칭적인 짜임에서 그 특생을 나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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