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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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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분석

1. 서론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명인 김기림(1908~?)은 모더니즘 시 운동을 주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중 「바다와 나비」는 상징주의적 요소와 서정적 분위기를 지닌 시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시는 바다와 나비라는 두 대상을 대비하여 삶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2. 작품의 내용 분석

(1) 시의 원문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닷가에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에도
흰 나비는 아직 날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그에게 나비의 앞날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자기의 운명이 무섭지 않다.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2) 작품 해석

이 시는 나비와 바다라는 두 가지 상징적 요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비는 순수함과 무지함을, 바다는 거대한 운명과 위험을 상징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인간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과 그로 인한 위험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 1연: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라는 첫 구절은 나비가 바다의 위험을 알지 못한 채 그곳으로 향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는 순수한 존재가 현실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이상을 좇는 모습과 연결될 수 있다. 
  • 2연: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라는 구절에서는 나비가 바다를 푸른 들판으로 착각하고 내려갔다가 결국 지쳐 돌아오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이상을 향한 도전이 좌절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 3연: "삼월달 바닷가에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에도 흰 나비는 아직 날고 있는 것이다." 이 구절에서 나비는 계속해서 날고 있다. 이는 희망과 끈기, 또는 무지에서 비롯된 지속적인 도전을 의미할 수 있다.
  • 4연: "아무도 그에게 나비의 앞날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자기의 운명이 무섭지 않다." 마지막 연에서는 운명을 알지 못하는 나비가 계속해서 바다를 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모른 채 이상을 좇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3. 작품의 주제와 상징성

(1) 나비의 상징

나비는 순수함과 무지함을 나타내며, 동시에 이상을 향한 도전 정신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도전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이루어지기에 비극성을 띠고 있다.

(2) 바다의 상징

바다는 광활하고 신비로운 공간이지만, 동시에 위험과 시련의 장소이기도 하다. 나비가 이를 푸른 들판으로 착각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 운명에 대한 인식

이 시의 가장 큰 주제는 "운명을 알지 못하는 순수한 존재의 도전과 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나비는 자신의 앞날을 모르기에 두려움 없이 바다를 향하지만, 결국 지쳐 돌아온다. 이는 인간이 이상을 좇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모습과 유사하다.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4. 작품의 문학적 특징

(1) 반복적 구절의 사용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와 "아무도 그에게 나비의 앞날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라는 구절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나비의 순수한 도전과 무지를 강조하고 있다.

(2) 상징주의적 표현

김기림은 한국 문학에서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그의 작품에는 상징적 요소가 두드러진다. 「바다와 나비」에서도 나비와 바다를 활용하여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상징주의적 기법이 사용되었다.

(3) 서정적 운율과 이미지

이 시는 부드럽고 서정적인 운율을 가지면서도, 나비의 연약한 날개와 거대한 바다의 대비를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5. 결론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는 순수한 존재가 이상을 향해 나아가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통해 인간 삶의 도전과 한계를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나비와 바다라는 상징적 요소를 통해 인간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과 그 속에 내재된 위험을 형상화하였으며, 반복적 구절을 통해 주제를 더욱 강조하였다.

 

이 작품은 한국 현대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기림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바다와 나비」는 그의 문학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6. 바다와 나비, 초승달이 만드는 하나의 그림

이 시의 1, 2행이 말해 주는 것은 바다가 무서운 곳이라는 점과 나비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바다가 무서운 것은 1행에 나타나듯 깊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4행에서 알 수 있듯이 물결 때문이 아닐까. 나비의 여린 날개가 파도를 견딜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시에 나오는 흰 나비는 바다를 향해 내려갔었다. 바다의 시퍼런 빛을 무밭의 푸른색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물결에 날개가 닿자 나비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위로 날아 올라간다. 겨우 목숨을 구하고 안도하는 그 순간, 나비는 온갖 꽃이 피는 3월에도 생명의 꽃 한 송이 피우지 않는 그 바다의 무생명성, 냉혹함에 좌절감과 슬픔을 함께 느낀다. 흰 나비의 하얀 색이 동화 속 공주 같은 순진함과 무력함(5행)이라는 이미지를 가진다면, 바다의 푸른색은 냉혹함과 비정함이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아랍족의 반달칼처럼 날카로운 모양으로 하늘에 걸린 초등달 또한 차가운 '새파란'  빛을 띠고서(7행), 나비의 허리를 꿰뚫은 날카로운 칼의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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