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해(1901~1932)의 단편 소설 「탈출기」는 1925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의 현실을 강렬하게 묘사한 프로문학(사회주의 문학) 계열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당시 조선 민중들이 겪었던 극심한 빈곤과 사회적 억압,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주인공의 절망적인 시도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경험한 간도에서의 체험을 직접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이 작품의 무대가 되고 있는 간도라는 공간은 일제 강점기 조선의 현실과 대응하는 또 다른 시련의 땅이다. 일본의 착취를 견디지 못하고 간도로 떠난 한국인들이 중국인 지주들의 횡포에 시달리며 고통 속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현실로부터 탈출하여 간도로 이주해 갈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 보고 주인공이 간도에서 고통당하며, 노모와 처자를 버리고 '××단'에 가입하게 되는 두 번째 '탈출'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1. 작품의 배경 및 주제
「탈출기」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아래 조선인들의 궁핍한 생활상과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모순을 중심으로 다룬다. 주인공은 가난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현실은 탈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작품의 핵심 주제는 '빈곤과 착취로부터의 탈출'이다. 하지만 최서해는 단순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당시 사회 구조의 부조리와 모순이 개인의 노력을 무력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탈출이라는 행위 자체가 실패로 귀결되며, 작품은 강렬한 비극적 정서를 드러낸다.
2. 줄거리
'나'가 고향을 떠난 것은 너무도 절박한 생활에 지친 몸이 새로운 세계 속에서 힘을 얻을까 하는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간도에 도착한 지 한 달이 채 못 되어 '나'의 이상은 물거품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농사를 지을 밭이 없었고 도조나 타조를 얻을 수도 없었다. 가지고 온 푼돈도 모두 다 써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온돌장이, 삯일 등을 하여 가족과 함께 겨우 연명한다. 하지만 이러하나 생활 속에서 '나'는 가난한 자는 아무리 부지런해도 빈곤만 날로 심화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만삭이 된 아내가 몰래 귤껍질을 먹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더욱 심화된다. '나'는 더욱 열심히 살 것을 결심한다.
'나'는 가을부터 대구어 장사를 시작한다. 이것을 콩으로 바꿔 두부 장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두부는 자주 쉬었고 '나'는 그 쉰 두붓물로 연명해야만 했다. 두부 장사를 하기 위해 나무를 하다가 '나'는 경찰서에 잡혀 가 자주 매를 맞는다. '나'는 세상에 충실히 살려고 했지만, 세상은 자신을 멸시하고 모욕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세상이 오히려 포악하고 허위스럽고 요사한 무리를 용납하고 옹호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때까지 자신이 최면술에 걸린 송장이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최면술을 걸려는 무리를 쳐부수려 한다. 이것은 인간 삶의 충동이며 확충이라고 본다. 이 사심이 나로 하여금 집을 나오게 하였고 ' ××단'에 가입하게 하였으며 비바람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벼랑 끝보다 더 험한 ×선에 서게 한 것이다. '나'는 '이러다가 성공 없이 죽는다 하더라도 원한이 없겠다. 이 시대, 이 민중의 의무를 이행한 까닭이다.'라고 자신의 신념을 토로한다.
3. 인물 및 상징
- 주인공: 탈출을 꿈꾸지만 끊임없이 좌절하는 인물로, 일제강점기 조선 민중의 상징이다. 그는 당시 대다수 조선인들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대변한다.
- 가난한 가족: 조선의 가난한 농민 계층을 대표하며, 착취당하는 하층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 도시: 탈출을 시도하는 이들이 향하는 공간이지만, 새로운 희망을 주지 못하고 또 다른 착취의 장으로 묘사된다.
4. 문학적 의의
「탈출기」는 최서해 특유의 사실적이고도 생생한 묘사로 당대 조선 민중의 비참한 현실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주인공의 절망적인 삶과 그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는 독자들에게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개인의 고통이 사회적 구조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사실주의 문학의 전형적인 예로 평가받는다.
5. 현대적 해석
오늘날 「탈출기」는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격차 문제를 재조명하는 데 중요한 작품으로 읽힌다. 이는 당시 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계속 반복되는 구조적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반영하고 있기에, 지금도 사회적 가치와 교훈을 제공하는 문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 <편지의 형식과 그 효과>
이 작품은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에 편지의 형식이 도입된 것은 소설이 일반적으로 지니는 허구성보다는 편지가 지니는 사실성에 입각하여 주제를 전달하려고 하는 작가의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작품은 내용의 전달을 중시하고 있으며 사건의 제시보다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독자에게 이해시키려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가족의 궁핍과 그러한 상황에 이르게 한 사회 제도의 부조리에 저항하려는 주인공의 자각을 보여 주면서, 그것을 통해서 독자들의 자각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체험의 문학적 형상화와 그 성과>
<탈출기>는 서간체 형식에 의해 간도 이주민인 주인공 일가족이 겪는 극한적인 빈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주인공은 고향을 떠나 천부금탕의 기름진 땅 간동에 이상촌을 건설하려는 꿈을 가지고 간도로 건너간다. 그러나 간도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가난과 굶주림뿐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이 다 해 보았지만 '나'의 가족은 굶기가 일쑤였다. 두부 장사를 하다가 두부가 자주 쉬어서 쉰 두붓물로 연명해야만 했으며, 두부 장사를 하기 위해 나무를 하다가 경찰서에 잡혀가 매를 맞기도 한다.
이처럼 <탈출기>는 1920년대 일제에 의해 자행된 식민지 수탈 정책을 견디다 못해 조국을 떠나게 되었던 간도 이주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가치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빈궁의 원인을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파악하려고 한 사회 의식, 빈궁의 문제를 구체적, 집단적 행동을 통해 해결하려는 적극적 태도 등은 식민지 시대 문학의 한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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