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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이무영의 '제1과 제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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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영(李茂榮, 1903~1950)의 작품 중 하나로, 그의 대표작 중 일부는 한국 근대 문학의 사실주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 이무영의 소설은 당시 사회의 현실을 생생히 묘사하고,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제로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주인공 수택이 그의 삶의 거처인 도시와 직장을 버리고 귀향하여 갖가지 갈등을 겪으면서 마침에 흙에 동화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속편으로 쓰여진 <흙의 노예>와 함께 2부작으로 된 작품으로, 책상물림이며 도시 생활을 한 수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귀농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농촌을 떠나지 않고 사는 김 영감의 성격이 수택과 대조되어 잘 부각되어 있으므로, 아버지 김 영감과 수택의 대조되는 성격에 주목하고, 수택의 농촌 생활에서 '제1과 제1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보자. 

 

 

이무영의 '제1과 제1장'

 

  1. 농촌 사회의 현실주의적 묘사
    이무영은 농촌에서 벌어지는 경제적 어려움과 계층 간 갈등, 그리고 사회 변화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이는 한국 근대 소설에서 자주 다루어진 소재로, 당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던 이유이다.
  2. 계몽적 성격
    작가의 의도는 단순히 사회의 현실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계몽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다. 당시 많은 작가들이 그러했듯, 이무영도 변화의 필요성을 작품을 통해 드러냈다.
  3. 서사적 구조와 문체
    이무영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생생한 묘사와 대화를 통해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제1장은 일반적으로 주요 인물이나 갈등을 도입하고, 그들의 생활상을 통해 독자들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구성된다. 

 

<전체 줄거리> 

덜크럭 덜크럭 시골 신작로에 이삿짐을 실은 소달구지가 지나간다. 그 이삿짐 뒤에는 네 사람이 따라간다. 한 사람은 김수택으로 그는 5~6세쯤 되어 보이는 계집 아이의 손을 잡고 간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젊은 여인이 양복을 입은 머슴애의 손을 잡고 간다. 김수택은 이 네 사람의 가장이다. 그는 얼마 전까지 일금 80원을 받는 샐러리맨이었다. 그는 또 소설가이기도 하다. 일정한 직업이 있고 상당한 명예도 지닌 터였다. 

 

그러나 김수택은 좀처럼 얻기 어려운 직장인 신문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기자 생활은 작가로서의 그의 생활을 망쳐 놓는 일이라고 생각하자 갑자기 흙 냄새가 그리워진 것이다. 평소, 흙 냄새를 싫어하는 놈이 사람이냐고 말하던 아버지 김 영감은, 흙투성이 자신을 아버지라고 내세우기조차 싫어 결혼 때에도 청하지 않은 수택을 용서하고 반긴다. 

 

아버지에게 여덟 마지기의 소작논을 넘겨받고 퇴직금으로 집을 사서 수택이네의 농촌 생활은 시작된다. 농촌에서의 생활은 모두가  힘에 겹고 도시에서 생각하던 것처럼 낭만적인 것도 아니였으나 수택은 농촌 생활에 자신을 적응시켜 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로서는 그가 뜻한 생활의 제1과 제1장을 치루어 나가는 셈이다. 경치 투정을 하는 수택을 끌고 다니면서 김 영감은 꼴을 베는 일에서부터 모든 농사일을 가르친다. 아버지네 수확은 논 스물 마지기에서 사십 석이 났으나 소작료나 비료대, 지세를 떼고 나서 남은 것은 벼 여남은 섬뿐이었다. 사람들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김 영감은 수택에게 볏가마니를 지운다. 수택은 휘청거리는 다리로 눈물과 코피를 쏟으며 걸어가면서 내일은 자신의 논 닷 마지기의 타작이라는 생각을 억지로 즐기려 노력한다. 

 

이무영의 '제1과 제1장'

 

 

<흙에 대한 애착과 농촌 현실에 대한 인식>

이 작품의 주인공 수택은 농촌 태생이지만 농촌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의 의식은 농촌 생활을 경멸하고 전형적 농군인 그의 아버지마저 멸시할 만큼 반농촌적이다. 그는 일찍이 동경에 가서 대학 공부를 하고 서울로 돌아와 일류 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창작 활동을 하는 문화인이다. 그러나 그는 활력이 없는 직장 생활과, 생활과 예술을 일치시킬 수 없는 현실에 고민한 나머지 귀향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결심에는 그의 본능 속에 잠재해 있는 이러한 흙에 대한 향수가 깊이 작용한다.

 

수택은 그의 귀향을 누구보다고 환영하는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의 농촌에서의 삶은 갈등과 시련의 연속이다. 우선 그는 자신의 귀향이 그때까지 누려 오던 도시적 삶의 퇴화 혹은 그의 삶의 패배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내적 갈등에 집요하게 시달린다. 또한 몸에 젖은 도시적 생활 양식과 농경에 대한 무지와 미숙으로 인해 궁핍하고 원시적인 농촌 현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여 고초를 겪는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갖가지 내적, 외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농군인 아버지 김 영감의 가르침으로 차츰 농촌 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자신의 생활과 예술의 일치를 이루며, 흙에 대한 참된 애착과 궁핍한 농민과 농촌 현실에 대한 참된 인식에 도달한다.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수확물을 소작료와 지세로 대부분을 떼이고 남은 볏섬을 지고 눈물과 코피를 쏟으며 걷는 주인공의 모습은 주인공의 이러한 애착과 농촌 현실에 대한 인식을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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