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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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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산업화의 물결이 드세던 197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추수가 끝난 황량한 들판, 즉 겨울을 계절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더구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공사판의 막노동자, 술집 작부 등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의 비약적 경제 성장의 이면에 숨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아픔과 정체성 상실, 생활에 대한 의지 등으로 대별되는 작가의 문제 의식을 작품의 배경 설정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지 초점을 두고 작품을 감상하자. 

 

 

* <이 작품의 시작 부분의 특징>

이 작품은 작품의 배경에 대한 묘사 혹은 중요 사건에 대한 암시가 아니라 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갈 곳이 없는 등장 인물 영달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 언급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을씨년스런 겨울 풍경에 대한 묘사는 오갈 데 없는, 뿌리 뽑힌 자로서의 영달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1. 작품 배경

  • 시대적 배경
    1970년대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던 시기로, 많은 농촌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공동체는 해체되고, 사회적 소외와 빈곤 문제가 심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삶과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 지리적 배경
    이야기의 무대는 지방의 시골 마을과 삼포로 가는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삼포는 등장인물들에게 이상적인 고향이자 안식처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으로 상징된다. 

2. 줄거리

눈 내리는 겨울, 두 명의 떠돌이 노동자들이 길을 가고 있다. 정 씨는 서른대여섯의 사내로 감옥에서 출감하여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의 고향은 '삼포'라는 섬이다. 그가 고향을 떠난 것은 10년 전, 그때의 삼포는 비옥한 땅은 남아돌고 고기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와 우연히 동행하게 된 노영달은 떠돌이 노동자이다. 착암기 기술자여서 일자리 걱정은 없는 서른 살 가량의 사내이다. 그들은 읍내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식당 주인은 종업원 백화가 밤사이 도망을 가 버렸다며 백화를 잡아다 주면 돈을 주겠노라고 말한다. 그들이 눈길을 걸어 역으로 가던  도중 백화를 만난다. 백화는 18세에 가출해 4년 동안의 창부와 작부 생활로 앙칼지게 다져진 아가씨다. 백화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들 셋은 기차역까지 동행하게 된다. 세 사람은 잠시 폐가에 들러 불을 피우고는 눈에 얼어붙은 발을 녹인다. 백화는 불을 피우는 노영달의 모습이 믿음직하다고 느낀다. 그들은 다시 길을 나서나 백화는 눈두덩이에 발을 삐어 주저앉고 영달이 백화를 업고 간다. 백화는 영달의 어깨가 든든하게 느껴지고, 영달은 백화가 어린애처럼 가벼워 애처롭다. 마침내 그들은 역에 도착한다. 백화는 전라선, 정 씨와 영달은 호남선을 타야 한다. 백화는 영달에게 자기 고향으로 같이 가자고 말하지만, 영달은 망설이다 백화를 보낸다. 백화는 돌아서며 눈시울을 붉힌다. 영달과 정 씨는 기차를 기다린다. 대합실에서 한 노인이 삼포가 이미 육지로 이어져 버렸고, 관광 호텔이 여러 채 들어서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 준다. 정 씨는 막막해진다. 기차가 도착했으나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세 명의 주인공이 삼포로 향하는 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 영달: 주인공으로, 떠돌이 노동자인데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고 떠돌다가 마을에서 백화와 만난다.
  • 백화: 주점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남성들에게 조롱과 멸시를 당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 상황이다. 
  • 정씨: 영달과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며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과거 삼포라는 고향에서 떠나온 인물이다.

이들은 함께 삼포로 향하지만, 도중에 삼포가 이미 산업화로 인해 옛 모습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결국, 삼포는 더 이상 그들의 안식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3. 주제

  1. 고향 상실과 유랑민의 삶
    고향은 안식처이자 이상향으로 그려지지만, 산업화로 인해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이는 고향을 잃고 떠도는 현대인의 소외감을 상징한다. 
  2. 인간 소외
    산업화는 인간성을 파괴하고, 개인을 소외된 존재로 만든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도시와 산업화의 희생자이다. 
  3. 유대와 연대
    세 인물은 각기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고난을 함께하며 서로 의지한다. 이는 인간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본성을 드러낸다. 

4. 문학적 특징

  1. 사실주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여 산업화의 어두운 면과 인간 소외 문제를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2. 상징성
    '삼포'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잃어버린 고향, 안식처, 인간성을 상징한다. 
  3. 대화 중심 서술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심리를 드러내고, 독자가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5. 산업화라는 신화의 또 다른 풍경화

이 소설은 본격적인 도시화, 산업화로 특징지어지는 1970년대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풍경화이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민은 뿌리를 잃고 도시의 밑바닥 생활을 하며 일용 노동자로 떠돈다. 이러한 상황의 황폐함과 궁핍함이 열달과 정 씨 같은 부랑 노동자, 백화 같은 작부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면서 시대적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다.

 

정 씨에게는 이제 그 옛날의 아름다운 삼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육지로 연결된 삼포는, 그가 떠나고자 했던 도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정 씨에게 삼포는 단순한 고향만은 아니다. 오랜 부랑 생활을 끝내고 안주할 수 있는 곳, 삼포는 곧 정신의 안주처이기도 하다. 산업화, 경제 성장은 사람들의 추억, 유토피아마저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 씨에게 있어 삼포의 상실은 곧 정신적 고향의 상실을 의미하며, 그 순간 정 씨는 영달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전락한다. 영달은 백화가 내민 정신적 유대의 손을 붙잡지 못하는데, 정신적 안식처를 상실한 정 씨 역시 그 정신적 황폐함의 상태로 전락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삼포 가는 길>은 1970년대의 산업화가 초래한 정신적 고향 상실의 가장 상징적인 단면을 형상화해 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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