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개요
- 작가: 전영택 (1894~1968)
- 발표 연도: 1925년
- 장르: 단편 소설
- 문학적 흐름: 사실주의 계열, 신경향파 문학
- 주제: 가난한 사람들의 비극적인 삶과 빈곤의 대물림
『화수분』은 전영택이 1925년 《조선문단》에 발표한 단편 소설로,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의 가난과 빈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제목인 <화수분(花樹盆)>은 끊임없이 재물이 나오는 보물 단지를 뜻하지만, 소설에서는 반대로 계속해서 가난과 희생을 강요당하는 인물을 상징한다.
작가 전영택은 1894년 평안 남도 진남포에서 태어났고 작가로서는 드물게 목사라는 직업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대부분 인도주의에 바탕을 둔 자연주의 계열의 작품이 많다. 그는 작품을 간간히 발표하는 일 외에는 일생 동안 목회 일과 사회 사업에 몰두하였다.
2. 줄거리
'나'는 어느 초겨울 추운 밤 행랑아범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 해 가을에 아범은 아내와 어린 계집애 둘을 데리고 행랑채에 들어와 있었는데, 굶기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아홉 살 난 큰애를 어멈이 어느 연줄로 강화로 보내 버렸다는 말을 듣고 아비가 슬퍼서 운 것이었다. 행랑아범의 화수분은 못 배우고 가난하지만 마음씨는 순박한 사람이다. 화수분은 원래 양평의 남부럽지 않은 농부의 셋째 아들로 잘 살았으나 가세가 기울어 집을 나왔고 형에게 얹혀 살 만도 했으나 부끄럽다고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화수분은 양평에 사는 형이 발을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형 집에 갔다가 고된 일 때문에 앓아 눕게 된다.
서울에 있던 세 살 먹은 어린것과 어멈은 남편을 목을 빠지라고 기다린다. 그러는 사이에 김장 때가 지나고 입동이 지나고 매서운 추위를 몰고 겨울이 다가왔다. 화수분의 아내는 주인 댁에게 화수분에게 보낼 편지를 적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편지를 부쳐도 화수분은 소식이 없다. 화수분의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생각다 못해 어린것을 업고 양평으로 떠나고, 편지를 받은 화수분은 아내를 맞으러 서울로 떠난다.
화수분이 고개 위에 이르렀을 때, 소나무 밑에 웅크리고 있는 아내와 어린 딸을 발견한다. 화수분은 와락 달려들어 그들을 안았다. 어멈은 눈을 떴으나 말을 못한다. 이튿날 나무 장수가 지나가다 젊은 남녀의 껴안은 시체와 그 가운데 막 자다 깬 어린애가 등에 따뜻한 햇볕을 받고 앉아서 시체를 툭툭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어린것만 소에 싣고 간다.
3. 주요 등장인물 분석
- 어머니
- 가장 중요한 인물로, 끊임없이 희생하는 모습이 강조됨.
- 자신의 행복이나 안위를 고려하지 않고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줌.
- 희생의 대가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결국 비참한 결말을 맞이함.
- "나"(아들)
- 어머니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존재.
-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에게 의존하지만, 결국 어머니를 잃고 나서야 그 희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4. 작품의 주제와 의미
- 빈곤의 대물림
- 가난한 가정에서 부모의 희생이 반복되지만, 빈곤 자체는 해결되지 않고 계속 이어짐.
- 이는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음.
- 어머니의 희생과 그 한계
-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비참한 결말을 맞음.
- 희생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함.
- 냉혹한 현실과 개인의 무력함
-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줌.
-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조명하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임을 암시함.
5. 문학적 특징
- 사실주의적 기법
-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함.
- 지나친 미화 없이 삶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줌.
- 상징성
- 화수분이라는 제목 자체가 아이러니한 의미를 가짐.
- 원래는 '끊임없이 재물이 나오는 단지'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끝없는 희생과 가난의 굴레를 의미함.
- 강한 감정 전달
- 인물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독자에게 감정적으로 강한 인상을 줌.
6. 『화수분』의 문학사적 의의
- 신경향파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1920년대 조선의 사회 현실을 반영함.
- 희생적인 어머니상을 통해 전통적 가치관과 현실적 한계를 조명함.
- 이후 한국 문학에서 빈곤과 희생을 다루는 작품들에 영향을 줌.
7. 결론
전영택의 『화수분』은 단순한 가족 이야기나 희생을 찬양하는 작품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 구조적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한계를 보여주며, 이러한 희생이 결코 빈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현대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주제를 던지며, 개인의 희생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 화자의 방관자적 시선과 객관성 *
이 작품의 화수분은 유복한 농민의 가정에서 자랐지만 거지와 같은 곤경에 빠져 그 가족이 남의 집 행랑살이를 하며 굶기를 자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에 사는 화수분의 형이 다쳐서 화수분이 농사일을 도우러 시골로 내려간다. 그러나 그가 오래도록 상경을 하지 않자, 그 아내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를 업고 길을 떠난다. 화수분도 가족을 맞이하러 길을 떠나는데 어느 산마루에서 추위에 모이 얼어 있는 아내와 아이를 만나고 동사(凍死)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린아이는 죽지 았았으므로 나무 장수가 소에 싣고 간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에서도 화자는 역시 방과자적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화자가 이야기에 스스로 개입하여 좋고 싫음을 분명히 말하는 적극성의 표명도 있을 수 있으나 그보다도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제시하여 실제감을 확실하게 한다는 의미에서는 화자가 다소 방관자의 자리를 고집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이러한 점은 일견 비판의 여지가 있겠지만 '있음'의 객관성을 사실대로 보여 주려는 태도의 측면에서 긍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가난과 무지로 동사하는 가련한 인생을 문제 삼았다는 사실에서 작가의 인간주의 사상을 읽을 수 있고, 어른들이 얼어 죽을 추위라면 마땅히 아이도 동사할 것이지만 작가는 어린아이를 살게 하여 삶에 대한 긍정적 지향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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