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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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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분석

 

1. 개요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은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하층민들의 곤궁한 생활 현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이 가난한 인력거꾼의 힘겨운 삶을 다루고 있는 것은 무학의 관심이 그만큼 민족의 고통스러운 현실에 밀착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김 첨지의 '운수 좋은 날'이 바로 그의 아내가 굶주림 속에서 외롭게 죽어간 날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으로 끝난다. 결국 이 소설은 김 첨지가 모처럼 맞게 되는 행운이 그의 아내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불운으로 급전되는 과정이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작품의 구성과 그 의미에 주목하며 읽어 보자. 


2. 작가 소개 - 현진건(玄鎭健, 1900~1943)

현진건은 1920년대 한국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운수 좋은 날> , <빈처> , <B사감과 러브레터> , <고향> 등이 있다.

 


3. 전체 줄거리

김 첨지는 동소문 안에 사는 인력거꾼이다. 그는 근 열흘 동안 줄곧 돈을 벌지 못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 아침부터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김 첨지에게는 실로 오래간만에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김 첨지에게는 기침으로 쿨룩거리며 누워 있는 아내가 있다. 그런데 김 첨지의 아내는 설렁탕을 한 번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김 첨지는 아침 댓바람에 번 돈으로 병든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 줄 수 있어 기뻐한다.

 

김 첨지에게 그 날의 행운은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 그는 모처럼만에 찾아든 행운을 잃지 않기 위하여 우중에도 열심히 손님을 실어 나는다. 그러난  기적에 가까운 벌이를 하였다는 기쁨 뒤에는 집에 있는 아내가 죽지나 않았나 하는 근심이 그를 엄습한다.

 

가가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친구 치삼이를 만난다. 그와 술잔을 나누는 사이 김 첨지는 주정을 하기 시작한다. 돈이 있다고 호기를 부리는가 하면 돈 팔매질을 하고 젊은 여자에게 인력거를 거절당한 것을 흉내내는가 하면, 마누라가 죽었다고 하며 울기도 한다. 김 첨지는 아내에 대한 불안감으로 횡설수설한다. 치삼이와 헤어진 후, 취중에도, 아내가 먹고 싶어 하던 설렁탕을 한 그릇 사 가지고 집에 들어선다. 그런데 대문 밖에서 아내의 쿨럭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방으로 들어간 김 첨지는 누워 있는 아내를 발로 차본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반응이 없고 젖먹이 아이만이 울어댄다. 그의 아내는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4. 날씨의 상징적 성격

이 작품은 서두에서 날씨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날씨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곧 비 오는 겨울 날씨는 작품 전체의 음산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특히 겨울비에 '추적추적'이라는 단어를 결합시켜 그 분위기를 더욱 음산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계속되는 비는 이 작품의 불길한 결말을 예고하는 것으로, 이 작품의 주체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 그리고 기대감을 나타내는 '눈'이 올 듯하다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반대 상황의 제시는 제목에서 언급한 '운수 좋은 날'이 사실은 '운수 나쁜 날'이 되고 마는 이 작품의 반어적 상황을 엿볼 수 있게 한다.   

 

 

5. <운수 좋은 날>의 반어적 구성

이 작품에서 김 첨지는 거듭된 행운을 맞이하면서도 누워 있는 아내를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그 순간부터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그러한 상황 속의 행운이란 그 행운에 못지않은 불행을 수반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력거꾼 김 첨지가 뜻밖에도 재수가 좋아서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는 것은 이들 가족 전체에게 행운이 되어야 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오히려 상황을 전도시켜 놓고 있다. 김 첨지에게는 돈이 생기지만 그 돈을 쓸 곳이 없어져 버렸고, 그의 아내는 먹고 싶던 설렁탕을 죽어서야 받게 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이 소설의 반어적인 구성상의 특성이 드러난다.

 

이 소설의 반어적 구성은 아내에 대한 김 첨지의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사흘 전부터 설렁탕을 사 달라는 아내에게 "이런 오라질 년!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라고 면박을 주던 것과는 달리, 돈이 생기자 김 첨지는 가장 먼저 앓는 아내를 떠올린다. 이러한 장면 등에서 보이는 김 첨지의 태도와 반어성은 사회, 경제적 빈궁이 한 개인의 심리 표출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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