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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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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 분석

황순원의 단편소설 「독 짓는 늙은이」는 한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인간의 고독과 삶의 덧없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기보다 어느 하나의 단적인 인상을 집어 내는 데 주력하면서 절제된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대화 없이 설명적 진술과 서사적 묘사로만 장면을 제시하고 있다. 서사적 전달 방식에 있어서 가장 전통적인 기법이라 할 수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하여 송 영감의 정신적 갈등을 서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물의 행동에 대한 해설을 수행하고 있다.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

 

 

1. 작품 개요

  • 작가: 황순원
  • 발표 연도: 1953년
  • 문학적 특징: 사실주의적 서술과 상징적 표현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

2. 줄거리

송 영감은 독 짓는 늙은이로서 독 짓는 일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아 가난하게 살아왔는데, 지금은 병든 몸이다. 그런데 송 영감의 아내는 병든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조수와 함께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송 영감은 꿈속에서조차도 도망간 아내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 도망간 아내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수록 아들 당손이에 대한 애정은 깊어 간다. 송 영감은 조수가 이 가을 마지막 가마에 넣으려고 지어 놓은 독을 깨부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나, 당장 자기네 부자가 살아가기 위해서 독을 굽기로 작정한다.

 

송 영감을 독을 서둘러 지어야겠다는 강한 관념과 독을 지을 때마다 도망간 아내와 조수의 얼굴이 떠올라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쇠약해진 몸으로 한 가마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독 짓기를 계속하지만 지쳐 쓰러지기가 일쑤이다. 쓰러져 누울 때마다 아들 당손이는 아버지가 죽지나 않을까 해서 울먹인다. 쓰러졌던 송 영감이 정신을 차린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당손이는 아버지가 깨어나자, 이웃에 사는 방물장수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분 밥그릇을 내민다. 송 영감은 당손이에게 '누가 거랑질해 오라더냐'고 화를 벌컥 낸다. 그러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는 당손이와 함께 밥을 먹는다.

 

다음 날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미음 사발을 들고 송 영감을 찾아온다. 그리고 송 영감이 미음조차 잘 넘기지 못하는 것으 ㄹ보고는 송 영감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손이를 다른 집에 보낼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송 영감은 자기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렇게 못한다면서 쓰러져 있던  사람같지 않게 고함을 치며 앵두나뭇집 할머니를 쫓아낸다. 

 

날이 갈수록 송 영감은 독 짓는 시간보다 자리에 쓰러져 있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한 가마의 독만 채우면 겨울 동안의 양식과 내년의 밑천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러나 한 가마를 채우지 못하고 왱손이의 도움으로 독을 말리고 굽기  시작한다.

 

독을 굽는 불질이 시작되었다. 송 영감은 앉았다 누웠다 하며 불질을 계속했따. 그런데 독이 튀기 시작했다. 살펴보니 튀는 독은 자기가 빚은 독뿐이고 조수가 만들어 놓았던 독은 그대로다. 어둠 속에서 송 영감은 또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회생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쇠약해지고 죽음을 예감한 송 영감은 급기야 앵두나뭇집 할머니를 불러 아들 당손이를 다른 집에 양자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당손일을 떠나 보내기 위해서 죽은 체를 하고 있던 송 영감은, 아들을 보낸 후 허전함과 주변에 지어 놓은 독이 하나도 없는 '뜸막 속 전체만한 공허'가 가슴에 깃들자 독가마를 떠올린다. 그리고는 자신의 생명을 마지막으로 발산하려는 듯, 독가마 속으로 들어가 흩어진 독 조각 위에 단정히 무릎을 끓고 앉는다.  


3. 등장인물 분석

  1. 독 짓는 늙은이 (노인)
    • 평생 독을 만들어 온 장인
    •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왔으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점 소외됨
    •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자 절망 속에서 죽음을 맞이함
  2. 젊은이 (손님)
    • 독을 사러 온 인물
    • 무심코 독을 깨뜨리는 행동을 통해 전통과 가치를 몰라보는 시대적 흐름을 상징
  3. 마을 사람들
    • 노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존재
    • 시대적 변화 속에서 전통이 잊혀지는 모습을 대변

4. 주제 및 의미

  1. 전통과 시대 변화의 갈등
    • 장인 정신과 전통적인 기술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통해 시대적 변화를 보여줌
  2. 인간의 외로움과 삶의 덧없음
    • 오랜 세월 한 가지 일에 몰두했지만 결국 시대에 밀려 잊혀지는 인간의 숙명을 표현
  3. 죽음을 통한 비극적 완성
    • 독을 만들던 가마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음을 시사

5. 작품의 상징적 요소

  • ‘독(항아리)’: 인간의 인생과 전통적인 가치를 상징
  • ‘가마불’: 노인의 마지막 운명과 비극을 암시
  • ‘깨진 독’: 무너지는 전통과 노인의 절망

6. 감상 및 평가

「독 짓는 늙은이」는 전통과 현대, 인간의 외로움, 삶의 허무함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특히, 황순원의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가 돋보이며,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 보편적인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 송 영감의 내적 갈등

송 영감은 조수가 아내와 눈이 맞아 도망쳤다는 사실만으로 조수를 미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송 영감은 조수에게 '동년배의 사내가 느끼는 어떤 적수감'을 느끼고 있다. 영감에게 있어 조수는 일종의 라이벌이었다. 이는 인간 이전 동물의 본능적인 태도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내와 조수의 불륜과 가출은 분명 노기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지만 자신의 앞에는 본인과 당손이의 생존이라는 보다 절박한 문제가 놓여 있다. 조수가 만들어 놓은 독을 부셔 버리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질 수 있다는 '생활의 문제'가 영감의 자존심을 억누르는 기제가 되고 있다. 물론 이때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생명이 아니라 남은 아들 당손이의 장래이다. 결국 송 영감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체면과 이를 압도하는 생존의 문제가 갈등의 중요 축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 '터진 독'의 의미

송 영감이 자기의 독과 크기가 같은 조수의 독을 아궁이에서 같은 거리에 나란히 놓은 후 독을 굽는 모습은, 자기 앞에 존재하지 않는 조수와의 대결 의식의 원인이 단지 아내를 둘러싼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영감이 만든 독과 조수가 빚은 독은 영감과 조수 사이의 대결의 대리자들인 셈이다. 

 

그러나 불질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나가는 영감의 독은 영감의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결국 영감은 당손이를 다른 집에 맡기자는 앵두나뭇집 할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터진 독은 무너진 영감의 자존심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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