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대소설

최명익의 '장삼이사'

728x90
반응형

이 작품은 '나'의 시선에 들어온 지저분한 열차 안의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장삼이사(張三李四)'는 '장씨의 셋째 아들과 이씨의 넷째 아들'이라는 뜻으로 이름이나 신분이 특별하지 아니한 평범한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중년 신사, 캡을 쓴 젊은이, 가죽 재킷, 당또 바지, 꼼방대 영감, 촌 마누라, 색시가 그들이다. 이 작품의 특성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에 있다. 또한 이 작품에는 '장삼이사'가 색시를 놀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장삼이사'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곧 건강한 모습만을 그리지 않고 민중들의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의 사실성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등장 인물들의 익명성과 그 의미, 심리 묘사, 그리고 이러한 인물들을 관찰하는 '나'의 시선에 주목하면서 읽어 보자. 

 

 

1. 작가 최명익과 시대적 배경

최명익(1902~1950)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를 배경으로 활동한 한국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주로 인간의 내면 심리와 사회적 갈등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일본어 문학과 유럽의 실험적 문학 기법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장삼이사>(1939)는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사실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1930년대 말은 일제의 수탈이 극심해지면서 조선의 민중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기였다. 조선 문학계에서는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의 논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작가들은 현실과 개인의 내면을 어떻게 조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던 때였다. 『장삼이사』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현실과 이상, 그리고 개인과 집단의 갈등을 다루며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최명익의 '장삼이사'

 

2. <장삼이사>의 줄거리

'나'는 기차에 타고 있다. 기차 안은 꽤 지저분하다. 한 젊은이가 가래침을 내뱉었는데, 그 가래침이 '나'의 건너편에 앉아 있는 한 중년 신사의 구두에 떨어졌다. 신사는 자신의 구두에 묻은 가래침을 닦느라 호들갑을 떨고 주위 사람들은 그러한 신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두꺼비 상관의 그는 옆에 앉은 젊은 여자를 감시하는 눈빛이다. 차장이 차표를 검사하기 시작하고 그 여자는 변소에 간 옆자리의 신사가 자신의 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때부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단지 재미를 위해 여자와 중년 신사를  헐뜯기 시작한다. '당꼬 바지'는 색시 장사가 돈 벌기에 최고라고 말하고 '가죽 재킷'이 이에 맞장구를 친다. 하지만 신사가 돌아오자 모두 입을 다물고는 오히려 신사에게 동정과 우의를 보인다. 그들은 어느 새 술을 한 잔찍 나누어 마시고, 신사는 갈보 장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여자가 한 남자와 정분이 나서 도망을 가는 것을 다시 잡아오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하소연한다. 신사는 그 여자를 주먹으로 한 대 쥐어벅으려고 하다가 웃고 만다. 승객들도 웃음을 터뜨린다.

 

기차가 S역에 도착한 후 신사의 아들이 기차로 다가와서 옥주년이 달아났다고 알려 주자 이 소식을 들은 신사는 아들의 뺨을 친다. S역에서 내린 신사를 대신하여 승차한 그 아들은 옆자리의 여자에게 손찌검을 가하고 여자는 울면서 화장실로 달려간다. '나'는 그 여자를 보며 동정심을 느끼면서 그녀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불안해한다. 하지만 잠시 후 여자는 화장을 깨끗하게 고치고 직업적인 웃음을 흘리며 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들어온다. 태연한 표정으로 신사의 아들에게 '옥주년'이 잡혔는지를 묻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나'는 웬 까닭인지 껄껄 웃어보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제한다. 

 

3. 작품의 주요 특징

  1. 내면 심리의 세밀한 묘사
    최명익의 작품은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과 내면적 방황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특징을 지닌다. 『장삼이사』에서도 주인공이 사회 현실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이러한 기법은 1930년대 모더니즘 문학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주인공의 독백과 내면적 독서를 통해 그의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2. 사회적 현실과 개인의 갈등
    이 작품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개인이 그것을 극복하려는 시도 속에서 겪는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은 현실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그가 처한 환경과 개인적 나약함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이는 1930년대 후반 조선의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식인의 보편적인 갈등을 드러낸다.


  3. 운명론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세계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우울하다. 주인공은 현실적 문제를 직시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힘을 갖지 못한 채 점점 자기 내부로 침잠해 간다. 이는 당시 조선 문학에서 자주 나타나는 운명론적, 허무주의적 경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 문체와 서술 기법

최명익은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를 사용하여 주인공의 내면 세계를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또한, 독백과 내적 독서를 활용하여 인물의 심리 변화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이러한 기법은 모더니즘 문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당시 한국 문학에서 보기 드문 실험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서사 구조를 넘어서 복잡한 심리적 갈등과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5. <장삼이사>의 의의와 평가

<장삼이사>는 1930년대 후반 한국 문학에서 내면 심리를 깊이 탐구한 작품으로, 모더니즘 문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사회적 현실과 개인의 내면적 고통을 조화롭게 결합시켜 당대 지식인의 고뇌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또한 현대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실적 제약 속에서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의 딜레마를 반영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적 고뇌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도 구조적 불평등과 개인의 무력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삼이사』가 던지는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6. 결론

최명익의 <장삼이사>는 1930년대 후반 조선의 사회적 현실과 개인의 내면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모더니즘 문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주인공의 내면 심리 묘사와 허무주의적 분위기는 당대 지식인의 방황을 반영하며, 독자로 하여금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장삼이사>는 단순한 시대적 산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  표면적인 주종 관계와 냉소의 시선

이 작품은 만났다 잠깐 동석하고는 헤어지는 기차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그 속에 나타나는 인간 관계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거드름을 피우는 중년 신사가 '갈보 장사'나 하는 형편없는 놈이라는 사실을 진작 눈치채고 있던 '당꼬 바지'와 '가죽 재킷'과 '캡' 등은 그에게 술이나 한 잔 얻어먹고자 '동정과 우의'를 보인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표면적으로 형성된 주종 관계의 이면에는 냉소가 들어 있다. 중년 신사를 둘러싼 좌중의 분위기는 상당히 냉소적이다. 그들은 중년 신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그의 직업 모습에 대해 헐뜯으며, 웃어댄다. 그러나 중년 신사가 자리로 돌아오자 그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호의를 베푼다. 그들은 중년 신사를 전혀 신뢰하지 않지만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아부를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냉소를 알 길 없는 중년 신사는 그들이 보여 주는 동정과 우의에 기뻐하며 술을 나누게 된다. 

728x90
반응형

'현대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  (0) 2025.02.26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0) 2025.02.23
김소진의 '쥐잡기'  (0) 2025.02.20
전영택의 '화수분'  (1) 2025.02.16
장용학의 '요한 시집'  (0) 2025.01.29
이호철의 '닳아지는 살들'  (0) 2025.01.28
최서해의 '탈출기'  (0) 2025.01.27
이무영의 '제1과 제1장'  (1) 2025.01.26